남자배구분석 10월 22일 KOVO컵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조 1위를 놓고 다시 만난 챔프전 두 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던 두 팀이 여수에서 다시 마주 선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나란히 2연승으로 이미 4강 진출을 확정했고, 22일 오후 7시 진남체육관 맞대결은 A조 1위를 가리는 순위 결정전이다. 1위는 24일 B조 2위와, 2위는 B조 1위와 준결승을 치르는데, B조 역시 같은 날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이 1위를 다투고 있어 대진의 유불리를 미리 따지기 어렵다. 결과보다 내용을 점검하려는 경기 성격이 강하지만, 지난봄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툰 사이라는 점에서 쉽게 물러설 매치업은 아니다. 다음 날인 23일이 휴식일이라 주전을 아낄 명분이 크지 않다는 점도 정상 전력 맞대결 쪽에 무게를 싣는다.
현대캐피탈, 장추안이 채운 마지막 퍼즐
20일 삼성화재전은 현대캐피탈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가장 완성도 높은 경기였다. 세 세트를 모두 25-20으로 끊어낸 셧아웃이었고, 블로킹 11개 대 3개, 서브 득점 4개 대 1개로 높이와 서브 양쪽에서 상대를 눌렀다. 중심에는 중국 국가대표 출신 아포짓 장추안이 있었다. 블로킹과 서브 득점을 두 개씩 곁들여 19점을 올렸는데, 공격 시도 대부분을 득점으로 바꿀 만큼 순도가 높았다. 3세트 21-19에서 퀵오픈과 연속 서브 득점으로 매치 포인트를 만들고 마지막 백어택까지 직접 꽂은 장면은 이 선수가 왜 영입됐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레오는 블로킹 4개를 포함해 16점, 허수봉은 9점을 보태며 세 날개의 공격 비중이 고르게 나뉘었다.
블랑 감독은 지난 시즌 아포짓 자리의 경험 부족을 약점으로 꼽았고 장추안 영입으로 그 빈칸을 메우려 했는데, 두 경기 만에 그 그림이 코트에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 19일 OK저축은행전은 풀세트 접전이었지만 5세트 7-7에서 허수봉의 서브 득점과 장추안의 스파이크 서브가 흐름을 갈랐다. 20일에는 이준협이 선발 세터로 나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었고, 블랑 감독은 늦게 합류한 황승빈, 배준솔까지 세 명의 세터 중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쓰겠다고 밝혔다. 경기 후에는 전날보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는 평가를 남겼다.
대한항공, 플랜 B로 증명한 선수층
대한항공은 19일 저녁 삼성화재전을 밤 9시 반에 마치고 이튿날 낮 1시 OK저축은행전에 나서야 했다. 헤난 감독은 한선수와 김규민 등 베테랑을 쉬게 하고 아시아쿼터 세터 류를 선발로 세웠으며, 전날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발했던 케트진스키를 아포짓으로 옮겼다. 결과는 3-1 승리였다. 케트진스키가 양 팀 최다 24점, 정지석과 정한용이 12점씩, 김민재가 10점을 올리며 네 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찍었다. 2세트를 16-25로 내주며 흔들리기도 했지만 3세트 11-11에서 정한용의 퀵오픈을 계기로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이 경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리시브다. 케트진스키는 삼성화재전에서 서브 리시브에 약점을 드러냈는데, 아포짓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리시브 부담을 내려놓았고 팀 리시브도 하루 만에 눈에 띄게 안정됐다. 정한용은 아웃사이드에서 얻은 기회를 높은 성공률로 살렸다. 류는 1세트 19-17에서 토스 대신 직접 공격을 택해 득점하는 대담함까지 보였고, 헤난 감독은 류를 완성도 높은 안전형 세터라고 평가하며 다양한 패턴과 해법을 갖추는 방향으로 팀이 잘 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19일 삼성화재전에서도 케트진스키가 블로킹 3개와 서브 득점 2개를 포함해 28점을 올렸고, 팀 블로킹 13개로 높이에서 밀리지 않았다. 한선수와 류라는 두 세터, 임동혁과 케트진스키라는 두 아포짓 카드를 상황에 따라 바꿔 끼울 수 있다는 점이 지금 대한항공의 가장 큰 무기다.
승부처는 서브와 리시브, 그리고 높이
이 경기의 핵심은 현대캐피탈의 서브가 대한항공 리시브 라인을 얼마나 흔드느냐다. 레오, 장추안, 허수봉까지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넣는 선수가 줄지어 있고, 삼성화재 틸리카이넨 감독조차 경기 전 높이보다 서브를 더 경계했을 만큼 이 팀의 서브는 위협적이다. 대한항공이 케트진스키를 아웃사이드로 쓰면 그의 리시브가 표적이 되고, 아포짓으로 돌리면 리시브는 안정되지만 정한용이 그 자리를 버텨줘야 한다. 헤난 감독이 어느 조합을 먼저 꺼내느냐가 1세트 흐름부터 좌우할 공산이 크다.
높이 싸움은 정면충돌이다. 현대캐피탈은 207cm 레오, 205cm 장추안, 200cm 정태준에 최민호까지 장신이 늘어섰고, 대한항공은 207cm 케트진스키와 김규민, 김민재가 버티는 중앙으로 맞선다. 두 팀 모두 조별리그에서 두 자릿수 블로킹 경기를 한 번씩 만들었다. 다만 대한항공 공격이 케트진스키 한 명에게 몰리면 현대캐피탈 블로커들이 따라붙기가 수월해지는 만큼, 정지석이 공격 부담을 얼마나 나눠지느냐가 대한항공 쪽 변수다. 반대로 현대캐피탈은 공격적인 서브를 고집하는 팀이라 범실 관리가 늘 숙제다. 서브가 들어가는 날엔 상대를 무너뜨리지만, 범실이 쌓이면 막판까지 끌려가는 세트가 나온다.
총평
두 팀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상대 전적 3승 3패, 챔피언결정전에서도 5차전까지 가며 대한항공이 3승 2패로 웃었을 만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사이다. 이번 대회만 놓고 보면 현대캐피탈은 장추안 합류로 지난 시즌의 약점을 지웠고, 직전 경기에서 서브와 블로킹 모두 정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선수층의 깊이로 두 경기를 모두 잡았지만 아웃사이드 리시브와 케트진스키 의존도라는 숙제가 아직 남아 있다. 하루 휴식을 거친 두 팀 모두 체력 부담은 비슷하고, 결국 서브 싸움에서 앞설 가능성이 높은 현대캐피탈 쪽으로 무게를 둔다.
득점 흐름은 접전이 유력하다. 두 팀 모두 서브를 세게 넣는 만큼 범실이 점수로 쌓이기 쉽고, 지난 시즌 챔프전 4차전에서는 31-29까지 가는 듀스 세트도 나왔다. 이번 대회에서도 대한항공의 삼성화재전은 2세트 28-26 듀스를 포함해 4세트 합계 186점, 현대캐피탈의 OK저축은행전은 풀세트로 200점이 나왔다. 일방적인 셧아웃보다는 4세트 이상, 한두 세트는 막판까지 가는 시소게임을 예상하며 184.5점 기준선은 넘어설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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